안녕하세요, 비서재 주인장 채민입니다

안녕하세요, 비서재 주인장 채민입니다

비서재 소개서를 새로 만들 때마다 소개글을 다시 쓰곤 합니다. 비서재의 1년을 맞이하며 벌써 세 번째 글을 적게 되었네요.


안녕하세요, 비서재 주인장 채민입니다. 비서재 소개서를 새로 만들 때마다 소개글을 다시 쓰곤 합니다. 비서재의 1년을 맞이하며 벌써 세 번째 글을 적게 되었네요.

💡 비서재는 2025년 6월 1일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산책을 즐겨 하는 집 근처 공원의 벤치에 앉아 글을 적어보고 있습니다. 걸어오는 내내 전하고 싶은 생각과 마음을 잔뜩 뭉쳐두었는데, 어디부터 풀어나가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비서재는 주로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는 서재형 공간입니다. 초기에 상주에 대해서도 조금 고민했지만 바로 고민을 접었습니다. 지금처럼 조용한 척 없는듯이 숨어있는 안전한 동굴 같은 환경을 유지하겠습니다.


💡 대관, 1인 입장권 구매도 가능합니다.
💡 숨어있다보니 입구를 종종 헤매시는데, 죄송합니다. 그래도 한 번 왔다가면 오히려 만족하실 거예요.


어떤 사람들이 오냐면요, 책 읽는 사람들이 옵니다. 아니면 적어도 책을 읽어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옵니다. 말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듣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들이 옵니다.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을 받아들이고 조심히 합류할 수 있는 공동체를 찾는 사람들이 옵니다. 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옵니다. 인간성이 소외되는 사회에서 인간다움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옵니다.


💡 비서재는 한 마디로 ‘책 읽는 사람들의 아지트’입니다.

이렇게 소개해버리면 너무 거창해져서 부담을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관찰한 바 그렇다는 거고요, 장본인들은 “제가요?”하며 손사레치실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비서재에 오시면 이런 분들을 만나게 된다는 건 사실입니다. 다 덜어내고 말하자면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는 최적정의 노력을 하시는 분들이 모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26년 1월부터는 다른 하던 일을 정리하고 비서재에만 온전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개인적인 사정도 있지만 비서재의 필요성을 저 스스로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 회사는 약 3년 전부터 안 다녔고, 숙소를 운영했습니다.

💡 비서재에는 저 말고도 공간의 지향점에 동의하며 힘을 싣고 각자 해보고 싶었던 것을 실현해보고 있는 호스트 분들과 협업자 분들이 함께 합니다.


흔히 이런 공간은 낭만, 감성 등의 단어가 따라붙고 어쩐지 자본주의와 멀찍이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비서재의 주 방문객은 2535 직장인입니다. 물론 직업도, 나이도 다양하지만 그 오류 가득한 평균을 잡아보자면 그렇습니다. 낭만도 감성도 물론 가득 있지만요, 사실 비서재에는 다른 층위의 활동이 중심이 됩니다.

헬스와 러닝이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당연한 루틴으로 포함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은 육체적 건강 혹은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길게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루틴을 유지하는 이유가 정신 건강 관리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운동이 몸을 관리하는 루틴이라면, 이제는 마음을 관리하는 루틴도 필요해지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돌보는 일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보고, 결심하고, 반복하면 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무너진 상태가 아니라면 우리는 대부분 그 상태를 방치하거나 뒤로 미뤄두고 살아갑니다.

비서재는 그 사이에 있는 공간입니다. 치료나 처방의 영역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에서 나를 돌보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단지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단단해지는 경험이 있습니다. 표현하고, 나를 다시 발견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순수한 호의를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사람은 조금 더 친절해지고, 스스로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 비서재는 특별한 일이 있는 곳이라기보다, 오히려 반복 가능한 일상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나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하나의 루틴처럼요.
💡 그럼에도 특별한 경험을 합니다.

저는 굉장한 실용주의적 낭만가입니다. 늘 이런 어중간한 제가 귀찮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묘한 공간이 탄생하고 어찌저찌 유지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비서재에서는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가치로 존재할 뿐, 모든 가치 위에 돈을 세우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꼭 당장은 아니어도) 돈 버세요. 비서재 밖에서는 지금처럼 치열하게 움직이셔도 됩니다.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잘못된 선택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걸 대체하지 않고 할 수 있을 만큼 가지세요. 대신 원하는 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도, 꼭 그 사람만큼 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잊지말아 주세요.

보이지 않는 가치를 파는 상점을, 이 밖의 공간에서도 나를 잃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을 심어주는 장치를, 나를 포함한 사람을 두려움 없이 사랑해도 되는 마음을 갖게하는 기묘한 거점을, 저도 힘주어 꼭 잡고 지켜보겠습니다. 아직 너무나도 극초반의 성장기여서요, 미움 받을 용기가 없습니다. 어울리는 것들을 맘껏 심어보고, 물주고, 가끔 시들게도 하면서, 땅을 다질 시간을 주세요. 뻔뻔하고 염치 없죠? 하지만 솔직하고 싶습니다. 낭만과 감성으로만 포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사랑으로 시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망설이지 말고 찾아와주시고, 더 많은 애정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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